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문화산책] K-아트 국제 경쟁력의 근본

“지금 시각은 오후 1시 이쪽저쪽입니다.”   예전에 국악방송의 한 진행자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시보를 이런 식으로 알렸다고 한다. 참 신선하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그 방송을 직접 듣지는 못했고, 책에서 읽었는데도 참신한 느낌이었다.     아나운서가 아무리 정확하게 한다 해도, 알리는 순간에 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 이쪽저쪽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는 이야기다.   이쪽저쪽이라는 표현 참 여유롭고 정겹다. 국악인의 표현답다. ‘이쪽저쪽’은 한국 문화의 미학적 특성을 잘 말해준다. 우리 문화 예술은 빈틈없는 정확성보다는 소박하고 느슨하지만 넉넉하고 여유로운 인간미를 본질로 한다. 어딘지 엉성해 보이는 어수룩함이 주는 멋….   한국미의 특성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여러 선학께서 노력하셨음에도 명확하게 규정하지는 못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매력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멀리서 보면 엄청나게 빛나는 아름다움이 보이는데, 막상 그 실체를 분명히 알려고 가까이 가서 보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묘한 매력….   한국미술을 사랑한 것으로 유명한 야나기 무네요시는 자연미, 곡선미 등에 주목하며, 한(恨)을 한국미의 뼈대로 파악했다. 한국미술사 연구의 기초를 세운 우현 고유섭 선생은 한국미의 특징을 구수한 큰 맛, 고수한 작은 맛,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제자 최순우 선생은 익살의 아름다움, 은근의 아름다움, 순리의 아름다움, 백색의 아름다움, 추상의 아름다움에 주목했다.   새삼스레 한국적 아름다움의 빼어난 특징을 살피려 애쓰는 까닭은 한국 예술, 특히 미술의 세계무대 진출에 올바르고 효과적인 길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K-아트가 큰 주목을 받고 있고, 한국이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는데, 막상 우리가 당당하게 내보일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제까지 단색화를 들이댈 것인가? 이것은 미주 한인 작가들에게도 절실한 주제일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경쟁력일까?   내가 믿는 대답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오랜 세월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한국미의 정신과 기법을 오늘의 아름다움으로 자랑스럽게 재창조하는 일, 그래서 자꾸 옛것을 되살피며 한국인의 마음을 찾아 되살리려 애쓰는 것이다.   그림의 여백이 주는 깊은 울림, 백자의 어수룩한 아름다움, 되바라지지 않고 자연스러운 멋, 선비의 품격과 여유, 소리의 엇박자, 말없이 할 말 다하는 능청, 빈틈, 파격, 익살, 숭늉 같은 구수함, 온돌의 착한 따스함, 은근과 끈기….   구체적으로 조형적 측면을 말하자면, 물론 개인적 소견이지만, 한국인 특유의 정신세계 바탕 위에 한지나 먹과 붓 등의 멋을 살린 한국적 조형언어는 우리만의 아름다움과 힘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이 될 것으로 믿는다. 수묵화나 서예의 멋, 선비정신과 풍류, 흥과 신명 같은 정서의 현대적 해석과 재창조 작업, 이응노, 김환기, 이우환, 윤형근, 이강소, 오수환, 박대성 등 여러 작가가 이미 성공적 사례를 남겼다. 이런 작업에 전념하는 젊은 작가들도 많아서 기대를 모으고 있고, 남가주의 한인 작가 중에도 기대주가 여러 명 있어서 희망적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작업이 갑작스레 되는 것도 아니고, 억지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시간이 필요하고 은근과 끈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겪어온 벼락치기 현대화, 서구화의 찌꺼기가 그렇게 쉽게 벗겨지는 것이 아니니….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경쟁력 아트 한국적 아름다움 한국미술사 연구 아름다움 추상

2024-03-07

[문화산책] 미주 화가의 롤모델 박래현, 최욱경

한국 문화가 드디어 세계 예술계 정상에 당당하게 올라섰다는 실감이 생생하다. 영화, 클래식 음악, 대중문화, 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연이어 세계 최정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 자랑스럽다.   한국미술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술가들에게는 큰 자부심이 되고, 격려가 된다. 물론,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도 분명한 일이다. 한류 선봉장으로서의 책임은 그만큼 무겁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미주 작가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자기 정체성을 단단히 세우고, 스스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 이 복잡한 다민족 다문화 다언어 사회에서,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서 있는가? 한국적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같은 근본적 질문에서 자기성찰은 시작된다. 그렇게 찾은 정체성과 한국적 아름다움을 미국 미술과 융합하는 것도 근본적 과제다. 여성 작가들에게는 이런저런 현실적 장벽이 더 있다.     이런 과정에서 구체적인 길잡이가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한 선배 작가들의 경험일 것이다. 예를 들어, 박래현이나 최욱경 같은 작가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두 문화 사이에서 겪은 아픔, 외로움, 어려움, 괴로움, 고뇌와 기쁨 같은 작가적 정신세계는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실전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이들이 겪고 이겨낸 정신적 고뇌의 경험이 미주 한인화가들에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몇 년 사이 박래현, 최욱경 작가의 대규모 회고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를 계기로 활발한 연구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화가 박래현은 확고한 자기 세계를 확립했던 47세의 나이에 용감하게(?) 미국 뉴욕으로 와서 판화와 태피스트리 등을 새롭게 공부했고, 이 공부가 새로운 차원의 작품세계를 여는데 큰 자극이 되었다. 7년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 얼마 안 되어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새 세계를 마음껏 펼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한편, 최욱경은 서울미대를 졸업한 1963년 미국으로 유학 와서 공부하고 활동했다. 그 시기는 미국의 현대미술이 태동하는 격동기였다. 최욱경은 한국 미술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추상표현주의, 팝 아트 등 새로운 물결의 창조적 열기를 현장에서 직접 체득한, 매우 귀한 인물이다.     그러나 큰 뜻을 품고 귀국했을 때, 한국의 미술계는 단색화 등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어서 제대로 뜻을 펴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의 현장에서 활동했던 일본의 여성미술가 오노 요코나 쿠사마 야요이 등이 세계적 작가로 성장한 것에 비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최욱경은 귀국하여 작품에 몰두하면서, 한국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하여, 새로운 경지를 열어 큰 기대를 모았다. 〈산〉 연작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45세의 나이에 요절하고 말았다.     이처럼, 두 작가의 예술적 여정은 대조적이지만,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를 작품에 융합시키려는 노력은 공통된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미주 한인작가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한국의 정신과 아름다움을 미국 미술의 기법과 조화롭게 작품화하는 일은 큰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치열한 공부와 활발한 토론을 거듭하면서, 뛰어난 작가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롤모델 박래현 미주 한인화가들 한국적 아름다움 사이 박래현

2022-08-18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